아침 8시 10분. 정복에 잠바 등을 단단히 걸쳐 입고, 공소에서 길을 나섰다.
오늘은 - 개갑장터 관련해서 처음으로 전주교구 총대리 신부님과 관리국장 신부님을 만나는 날이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지금까지의 과정과 설계도면, 공사 일정들을 보고하는 날이다.
솔직히 마음의 긴장도 되고, 짧지만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다.
그래도 하느님만 믿을 수 밖에 없기에!
운전을 하면서 한 손에는 운대전대와 묵주를 함께 잡고, 계속 기도를 바치며 전주역으로 갔다.
전주 교구청으로 함께 동행 할 설계사님과 소장님이 서울에서 내려오기 때문이다.
승합차는 9시 50분에 전주역에 도착했다. 조그만 있으면 10시 15분 기차로 설계사님과 현장 소장님이 오실 것이라는 생각에 차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상에 새벽, 그 매서운 심원의 칼바람은 어디가고, 따스한 이 기운은 뭐지. 고창과 전주가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니 ... ’
전주 역 주차장에서 나와, 대합실로 가서 기다렸다가, 와야 할 기차는 정시에 도착했고, 우리 세 사람은 반갑게 만났다. 그런 다음 이내 곧 전주 교구청으로 갔다.
그곳에 가자마자, 때마침 교구청 마당에 계신 관리국장 신부님을 만날 수 있었다.
환하게 웃으시는 관리국장 신부님. 그 따스함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신부님의 인도를 받아, 우리 일행은 관리국장실로 갔고, 거기서 총대리 신부님을 만나 10시 45분부터 12시 10분까지 개갑장터 성지의 경당 건축 사항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짧게 만났는데도 내 몸이 말없이 긴장을 해서 그런지 ... 휴 ... !
교구청에서 일정을 다 마치고 우리 세 사람은 근처, 한옥 마을 입구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래서 간단한 점심을 먹기 위해 식사를 주문했고, 서로가 잠깐 말이 없이 자신의 일을 하는데 ...
나는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아 ... 지친다.’
그런데 창 밖 너머, 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게 말했다.
‘석진아. 나를 보렴. 이렇게 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하늘 보며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니 마냥 편하고 좋을 것 같지? 그렇게만 보이지? 그런데 석진아, 나 역시 땅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시간 동안 온갖 경험을 다 겪었단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이렇게 네 눈앞에 우직할 수 있단다.
석진아, 사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가지들을 잘라냈는지 아니? 한 여름에 얼마나 뜨거운 목마름을 이겨내야 했는지 ... ! 얼마나 많은 시간 홍수나 천둥, 번개를 버텨 내야했는지 ... ! 폭설과 한파로 줄기와 뿌리가 얼어버릴 뻔 했고, 태풍과 비바람 앞에서 쓰러질 뻔 했고! 심지어 뿌리 채 뽑힐 듯 한 힘든 시간을 온 몸으로 받아 안아야 했는지. 그러는 동안 내 몸은 하늘 보며 한 뼘, 한 뼘. 그렇게 성장했고 그러면서 성장한 만큼, 조금씩 성숙할 수 있었단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네 앞에 서 있단다.
석진아, 그리 큰 일이 아니면, 그리고 지금 일어나 일들이 너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허허, 하며 웃어넘기렴. 석진아, 석진아, 그러면서 너도 크는 거란다. 석진아, 가끔 바람 앞에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약속하며 말했지? 그런데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선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의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간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단다. 지금 이 시간이 바로 마음의 시간을 잘 간직하는 때지.
석진아, 너는 잘 할 수 있어. 훌훌 ... 털어버릴 거 있으면, 털어버리고 ... 큰 숨 한 번 쉬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 보렴. 나도 마음으로 힘을 보탤게.’
화들짝 놀랬다. 나무가 내 마음을 어찌나 잘 알고 있던지 ... 휴 ...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을 보니, 세상일이라는 게 좋은 지향, 좋은 목적, 최선과 정성, 헌신과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하고, 조율이 필요하고, 한 발 양보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금, 이 시간은 주님께서 나와 그리고 함께 동행하는 분들의 일에 ... 주님께서 친히, 귀를 기울이시고, 귀 기울이시어 ... 모든 것을 하나하나, 더 큰 선으로, 은총으로 바꾸어 주실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때가 필요함을 묵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주님에게 온전히 의탁해 본다.
‘주님, 당신께서 시작하신 모든 일, 주님 당신께서 함께 해 주소서. 아멘.
신부님일기가 제가 살아온인생을.앞으로살아가야할인생을 다시한번 생각하게만드시네요.신부님을위해서 늘기도하고있습니다.신부님이 하시는일 꼭 이루어지시리라 믿어요.힘내세요심부님♡♡♡
나무가 되는 꿈...♡
저한테 요새 너무 필요한 이야기가 신부님 일기장에 ㅜㅜ
주일에 저도 새남터 제 나무한테 말걸러 다녀와야겠어요 ㅋㅋㅋ
하나씩 조금씩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신부님 지치지 마시고~~~힘내세요~~
다 잘 될겁니다.
저희에게 늘 해주신 신부님 말씀처럼요..
주님께서 신부님을 크게 쓰실려고,
개갑성지에 보내신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용기와 지혜가 저희에게 울림있는 삶을 살라고 채근하고
있습니다. 신부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