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첫 날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고,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이 펼쳐지는 이 곳에서
처음으로 맞는 설 연휴는 모든 것이 그냥 맑고 ... 한가롭다.
새벽 미사를 마치고 공소 마당에서 교우 분들과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어르신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아마도 ...
당신들의 자녀들이 잠깐이라도 왔다 가는가 ... 말은 안 했지만 들떠있음이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서로가 만나는 것이 걱정은 되는 때이지만,
혈육의 정은 잠깐이라도 세상 전부를 만나는 듯 할 테지!
이번 주
나는 식사 당번이라 오늘 점심, 저녁은 무엇을 할까!
냉장고를 뒤지다가,
그래서 예전에 수녀님들이 보내주신 돼지 뼈를 발견하고
돼지 뼈로 탕을 끓이기로 했다.
(강석진의 래시피)
우선 돼지 뼈를 찬물에 담가 두었다.
핏물 빠지라고.
그렇게 몇 시간을 담가 놓은 후, 점차 맑은 물이 되면
큰 통에 물을 펄펄 끓인 후 돼지 뼈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 5분 정도 끓인 후, 다시 돼지 뼈를 꺼냈고 그 물은 버렸다.
그런 다음 - [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살짝 받았다]
찬물에 돼지 뼈를 담아서 서서히 끓였다.
예전에 나의 방식은 다시 물을 끓인 후 고기를 집어 넣었는데 찬물에 고기를 담은 후 끓였더니 뼈와 고기가 연해졌다.
그런 다음 국자로 된장 2개, 통마늘 20여개, 생강 2개, 통후추, 소주 반병을 넣고
한번 펄펄 끓이고 난 후
다시 중.약불에 다시 1시간 정도 끓였다.
그리고 저녁 식탁에 돼지 뼈 탕을 내놓았다.
함께 사는 신부님은 그 탕을 드시더니, 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뼈에 붙은 고기에도 간이 잘 베였다고 했다.
함께 사는 형제가 맛있다고 하니 ... 정말 기쁘고 보람 있었다.
그런데 돼지 뼈 탕 보다 우리를 감동 시킨 건,
공소 교우들,
특히 얼굴이 상기되고, 마음이 들떠 있던 어르신이
오전 내내 붙였다며 버섯 전, 생선 전, 동그랑 땡, ... 등을 가지고 오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분은 수도원 입구에 음식을 놓고 그냥 가셨다.
헤헤헤, 그래도 신기한 건
공소 생활 3달 정도를 하다 보니,
그 어떤 분이 누군지를 알게 된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아마도 공소 신자들이 음식을 할 때
양념이나 간을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공소 신자들은
각 사람 마다 양념이나 간을 하는데 있어서 특징이 있다.
또 음식의 양도 특징이 있다.
그러한 특징 때문에
사제관 입구에 누군가 음식을 그냥 놓고 가면 알 수 있다.
음식하는 특징은 결국 그 분의 삶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공소 분들의 음식 특징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을 보니
공소 분들의 정성과 사랑을 알게 되는 듯 하다.
그러면서 나 또한 점차 이 곳 공소 식구들과 마음이 녹아 내려
정이 ... 그 정이 조금씩 더 들어가나 보다.
분명한 건,
참 좋은 정은 ...
결국 하느님에게서 나오는가 보다.
하느님 ...
그 분이 주신 그 사랑 때문에 ... 사람은 사람을 알아가는가 보다.
기도드립니다
명절날 떡국을 드셔야하는데 돼지뼈탕을 드셨다니 마음이좀그러네요.그것도 손수만드셔서요.ㅠㅠ
내년설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