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2020년 12월 8일, 고창 개갑장터와 심원공소로 소임을 받은지 한 달을 기념하며 '바람의 길목'이라는 '묵상 시' 한 편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시를 쓰면서,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라, 감사한 마음에 그 '묵상 시'를 나누었다.
'덕분에 이렇게 한 달을 살 수 있었다고. 정말 한 달을 살아 낼 수 있었다고. 이제 한 달을 살았으니 앞으로 이 삶이 내 삶이 되겠다고.'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주변의 은인들에게 내가 이 곳에서 사는 동안 '성령의 바람'이 이끄는 대로 내 삶을 맡겨 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살았더니 ... 그렇게 약속을 지키며 살고자 노력했더니 ...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좋은 분들과의 좋은 약속은 나에게 삶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며 ... '묵상 시'를 장터지기 일기장에서 한 번 나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 내가 이런 '묵상 시'를 쓸 정도로 시적 감수성이 풍부했나 ... 내가 자신을 보고 그냥 웃는다.
[묵상 시]
바람의 길목
강석진(요셉)
바람의 길목에 누워 있으니
네가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모른 척 눈을 감으면
자꾸만 자꾸만 나를 흔든다
돌아 누우면 돌아와 나를 감싸고
뒤척이면 같이 뒤척인다
바람의 길목에 앉아
네가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무엇을 할까, 무얼 해야 하는지
길을 몰라 고개를 저으면
서둘지 말라며 그냥 나를 감싼다
다시 누울까 누워 버릴까 눈을 감으면
소중한 추억 하나 하나 건네며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바람의 길목에 서서
네가 지나는 소리를 느낀다
한 걸음을 떼다 또 주저하는 내게
발도 맞추어 주고
더는 상처 받기 싫다는 내 마음에게
안다고,
그게 무슨 뭔지 ... 느껴진다며
가만히 나를 안아준다
이제는
내가 먼저 바람의 길목에 서서
두 팔 벌려 온 몸으로 너를 맞이한다
나도 모르게 흘렀던 눈물은 닦고
그 길목에서
내가 먼저 너를 기다린다
너를 만나 나를 맡기려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가,
그 바람이 되어 있더라
내가 나에게
좋은 바람이 되어 있더라.
2020.12.08.
아침 바람을 닮은 당신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