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부터 전주에 있는 치명자 산 성지에 중요한 볼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
고마운 건, 조신홍 신부님이 운전해 주신 덕분에
왕복 3시간 이상의 거리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요즘은 왜 그리 운전이 싫은지 ...
예전에 그렇게도 운전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휴, 이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니 ...
그저 ... 늙어가나 보다, 하하하.
그리고
볼 일을 마치고 심원 공소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훨씬 넘었다.
이어 저녁 때가 되자,
식탁에 세 사람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데 조 신부님 왈, "바깥 컨테이너에 수도관 얼지 말라고 물을 방울방울 흐르도록 틀어 놓았어요." "왜?" "오늘 밤 부터 내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대요."
"앗, 그러면 개갑장터 성지 화장실도 물을 좀 틀어 놓아야 하는데. 아, 너무 피곤하다." 그러자 조 신부님이, "그럼 제가 저녁 먹고 성지에 다녀올께요." 그 말 한 마디, 참으로 고마웠다. "아냐, 내가 다녀 와야지." "아니예요. 오늘 하루 종일 회의하고 피곤하실 텐데 좀 쉬세요." "그럼 같이 갔다 오자."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조 신부님과 나는 성지로 갔다. 가는 길, 도로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 어두웠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불 빛만 있으면 갈 수 있듯이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라도 소중한 형제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이윽고 성지에 도착했고, 성지 화장실 물을 방울방울 떨어지게 틀어 놓았다. 그리고 나오는데, 방명록 쓰는 천막 휴게실 공간의 비닐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래서 앞뒤로 다시 비닐 정리를 다 했다.
몇 번을 읊조린 말이지만, '아, 잘 왔다. 정말 잘 왔다.'
온 김이 성지 야간 조명에 비친 조형물이 눈에 띄어
사진 한 컷을 찍었다.
덜덜덜 떨면서 ... 밤바람이 ... 어찌나 추운지 ...
사진 한 장 찍는데 덜덜덜.
그래도 옆에는 형제라는 존재가 함께 있기에
그렇게 춥지는 않을 수 있었다.
"주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 옆에 - 자신을 진심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음에 진심 고마워하게 하소서."
아멘
신부님
옆에 조 신부님이 계셔서
저희들은 한시름 덜어요
아버지처럼 형처럼 조신부님을
챙겨주시는 원장신부님 또한
으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