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모질게 불었고 눈까지 내렸다.
특히나, 심원 공소의 양철 지붕이 칼바람에 흩날리는 소리가
평소에는 자장가 처럼 들렸었는데
오늘은 섬뜩 - 할 정도로 심했다.
바람이 ... 무서울 때는 정말 무섭다.
오전 내내, 생활 성서 잡지에 연재하는 글 마감한 후
잠시 바람 쐬러 공소 마당에 나갔더니 비바람이 뿌리다가
오후 내내, 가톨릭 신문 '세상살이 신앙살이' 원고 마감하고
또 잠시 바람 쐬러 공소 마당에 나갔더니 눈보라가 휘날리고
저녁에는 내일,
재의 수요일 미사 주례라 강론을 쓰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이런 비바람, 눈보라가 불어 닥치는 세상 속에서도
내일,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 전례를 준비하는
조 신부님과 공소 식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오늘 오후에 조 신부님은
심원 공소의 야외에 있는 남자 화장실 세면기와 여자 화장실 세면기
그리고 세면대 아래 호수꼭지에서 물이 새서 고무 패킹 ... 등을 구입하려고
영광 법성포 쪽에 있는 큰 철물점에 물건 사러 갔는데
때마침 공소 성당 청소와 전례 꽃꽃이 등을 하러 오신 공소 어르신들이
마당에 세워져 있어야 할 승합차가 안 보이자,
'우리 조 신부님, 이 눈보라 치는데, 우리 조 신부님이 어디 가셨나'
내 형제 사제를 걱정에, 걱정을 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내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짖궂은 나는 그 어르신에게
"아니, 내가 여기에 있는데 조 신부님은 왜 찾으세요?"
했더니,
"그게 ... 저 ... 이 눈보라가 심하게 들이치는데,
그리고 운전할 때 앞이 잘 안 보일 텐데, 운전하고 계시는 우리 조신부님이 걱정되서 ... "
그러던 오중에 조 신부님은 눈 길을 뚫고 철물점을 다녀왔고,
오후 내내 야외 화장실 고장 난 부분을 전부다 수리했고,
어르신은 조 신부님을 위해서 따스한 솔잎차를 끓여 놓고 계셨다.
'하하하 ... 이런 눈보라 풍경보다 이 모습이 제대로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데
사제는 신자들 걱정에 연장 들고 뛰고
신자는 사제 걱정에 따스한 차를 끓여 놓고
소소한 일상에서 참 좋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따사로워지는데,
문득, 하느님은 얼마나 더 좋아하실까 ...
오늘 밤 새, 아무리 비바람, 눈보라가 들이 쳐도
우리 형제들과 공소 교우들이 나누는 좋은 사랑이
우리 주변의 세상을 따스하게 데워주리라 확신한다.
"주님, 그저 우리 모두가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게 하소서."
ㅎㅎ
신부님
장터일기를 읽고 잠시눈를감으며
두분 신부님 그곳형제 자매님들
모습에 웃음이절로 상상해보았어요
눈길이 가는곳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작은
어느신부님이 패실까?
칼바람 속에서도 공소의훈훈한 정
동장군도 머리숙이겠네요^^
글을읽으며 즐거웠습니다 ㅎㅎ
따뜻한 마음들이 전해져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