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2일 월요일 오늘,
서울 새남터에서 복자 수도회 사제 서품식을 갔어야만 했는데,
원래는 개갑장터 성지의 경당 건축 일정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었다.
공사는 날씨와 여러 여건들 때문에 미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또 하나,
지난 주에 고창 군청에서 개갑장터 성지의 경당 건축을 위한
토지사용신청서에 승인이 났었어야만 했는데,
공무원의 행정 착오로 승인 작업이 미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개갑장터 성지의 경당 건축 공사를 위한
여러가지 준비 작업도 미루어졌고,
서품식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번 주의 개갑장터 경당 공사 일정이 취소되면서,
오늘 아침에라도 서품식에 참석하려 했었지만,
수도원 측에서 서품식 참석자를 100명으로 묶었고,
담당 수사님이 미리 참석 여부를 물었기에
그때에는 경당 건축 문제로 인해 참석 못 한다고 말했었다.
또한 평소 같으면 일정이 변경되면 아침에라도 서둘러 서품식에 참석할 수 있었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이고,
만약에 내가 서품식에 간다면, 서품식을 간절히 참석하고 싶은
누군가의 입장이 취소될 것만 같아서 ... 그냥 공소에 머물렀다.

그래서 오늘 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머무르는데,
문득 동백 꽃 생각이 났다.
전라북도 고창이 자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선운사 동백 꽃이다.
선운사 대웅전 뒤에 어마무시한 동백 꽃 자생대가 있고
그 곳에서 피는 붉은 동백은 장관을 이룬다고 하기에
...
그 장면을 보지 못한 나는 선운사 대웅전을 찾아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가톨릭 사제가
사순 시기에 성당에 머물러 있어야 할 터인데,
선운사 대웅전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
아무튼 동백 나무는 선운사 뿐 아니라,
고창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개갑장터 성지 사무실 뒤에도 있고,
심원 공소 마당에도 몇 그루가 심어져 있다.

오후에 너무나도 따스한 햇살 때문에
심원 공소 마당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걷는데,
성모님 상 앞에 멈추었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이 성모님 마음을 닮았다는 묵상이 되었다.

그래서 성모님 상 앞에 머무르는데
늘 보던 나무 한 그루, 가만히 ... 그리고 유심히 바라보았더니
허허, 동백 나무였다.
늘 바라보던 성모님 상이라 그 앞에 동백 나무가 있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서 동백 나무를 바라보는데
꽃 몽우리가 다른 것 보다 유난히 잘 피우는 듯 했다.
이에 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더니
어떤 몽우리 하나가 몇 일 있으면 꽃을 피울 것 같았다.

그런가 싶다, 생각해서 몸을 좀 숙였더니
글쎄 ... 동백 잎사귀 밑에 동백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올 해, 고창에서 내가 본 첫 번째 동백 꽃이었다.
어찌나 수줍어 하던지, 어찌나 부끄러워하던지
자기가 꽃 피운 걸 애써 그렇게 감추려고 그리 숨어서 피어 있었다.
한참을 그 동백 꽃을 바라보았다.
유난스럽지 않으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동백 나무와
다른 동료들이 꽃 피울 때 까지
자기는 이미 꽃을 피웠지만 ... 드러내지 않게 혼자 조용히 피어있는
동백 꽃 한 송이를 보면서
어느 곳 혹은 어마어마한 군락지에서 피어난 동백 꽃은 아니더라도
그 한 송이 겸손하면서도 우아한 동백 꽃이
수천, 수만의 동백 꽃 보다 더 찬연스러웠다.
우아한 동백 꽃 한 송이의 겸손함을 보면서
나도 동백 꽃을 닮아 보려는 마음이 들었다.
우아하게 기도하고
우아하게 가난하고
우아하게 미소짓고
우아하게 열정품고
우아하게 바라보고
우아하게 생각하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우아스런 사람되자

"주님, 가난하기에 궁색하고,
미래에 쓸 일이 있겠지 하며 현재를 움켜쥐고,
삶 속에서 철저해야지 하면서 날카롭고,
일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 표독스러운 내 마음에
당신 성령의 은총을 내려주시어
하루하루를 우아하게 - 그리고 품격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신부님~~~눈팅만 계속하다 답글달아요~~어쩐지 서품식 유튜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