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곳의 날씨는 외적으로 보이는 세상은 푸르른 겨울 하늘이었지만, 기온은 영하 1도! 그러나 영하 1도 이상의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오전에 급하게 개갑장터 성지로 가서 1시간 정도 바깥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손이 너무 시려서 ...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체감 온도는 아마도 영하 10도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행히도 성지에서 일을 빨리 마쳤고, 이번 주 식사 당번인 조신홍 신부님께서 준비해 주시는 맛난 점심과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중대한 발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내일은 나에게 우리 공동체에 있어서도 중요하면서도 의미 있는 날이다.
다시 말해서, 전주교구청으로 가서, 전주교구 주교님과 재무평의회 신부님들 앞에서 그 동안 준비했던 마구간 경당에 대한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설계사님 역시 마구간 경당과 관련한 설계도면을 중심으로 건축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
나 역시, 방금 ... 내일 발표할 내용을 다 마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큰 한 숨을 쉬며 혼잣말이 나왔다.
‘논문을 쓰라면 쓸 텐데, 이렇게 건축 관련 보고서를 준비해 보니 ... 휴. 세상일은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을 맡은 사람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에 진정,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로구나. 하느님, 이리도 모지란 이 사람을 돌보아 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소서.’
내일, 오전부터 서둘러, 전주까지 가려면 - 컨디션 유지를 위해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문득, 작년 12월 8일, 즉 - 시골살이 한 달을 기념하며 쓴 ‘묵상 시’가 생각이 났다. 당시, 그 시를 쓰면서, ‘이제 이곳에서 한 달을 살았으니, 앞으로 이곳의 삶이 내 삶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 !
그런데 정말이지, 이곳 삶이 내 삶으로 동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또 한 달을 살면서 간절히 드는 생각은 – 바로, 하느님께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감사함과 행복감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마다, ‘그래, 그 분이 다 알고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이러한 생각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곳에서 사는 동안 내 삶이 부족하고, 모자라다보니, 성령의 바람이 이끄시는 데로 내 삶을 맡길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마다, 부딪히는 일들이 ‘음, 잘 되면서도 안 되고, 안 되는 듯 하다가도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을 자주 경험하고, 체험하다 보니, 요즘 들어 -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성령의 바람. 이 바람을 곰곰이 묵상해 보니, 오늘 하루, 나에게 불었던 성령의 바람은 너무나도 춥고 매서운 칼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칼바람을 온전히 맞다보니, 마음속 의식의 흐름에도 면도칼 같은 날카로움이 나에게 전해졌다.
하루 종일, 칼바람은 내게 이리 말했다.
“석진아, 관대하되 세상 것들에 타협하지 않고,
자상하되 분명히 지킬 것은 지키고,
미소를 짓되 스스로 가볍게 굴지 말고, 너그럽되 회색적 사고에 휩쓸리지 말고,
따스함을 간직하되 올곧으려는 마음을 희석시키지 말아라.
이 삶을 꾸준히 살다보면 결국 순교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복자 최여겸 마티아 어르신의 마지막 순간에 간직하셨던 마음의 흐름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순교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바쳐서라도 절대로 놓치 않으려는 그것,
그 무언가를 너는 언젠가 찾고,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늘, 하루종일 ... 칼바람을 잘 맞았다.
하루종일 ... 서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을 잘 맞았다.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옆에 계시는것같은 느낌이들었고요.또 강론말씀을 듣는것같이 깨달음을 얻는 글이였습니다.바쁜와중에도 이런글을 쓰시는 신부님을 위해 기도로 보탭니다.힘내시고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