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지만 칼바람도 불지 않았던 포근했던 하루였다. 그래서 개갑장터 성지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 조금씩 ...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개갑장터 성지에 왔을 때부터, 야외 제대 앞에는 출처 불명의 흰 천들이 지주대에 묶여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그 천들이 날리면서 소나무를 감아, 소나무 가지를 꺾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 보다 더 눈에 거슬리는 건 야외 제대 앞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헤치고 있었다.
음, 그게 뭐라고 할까 ...
상황을 묘사해 보자면, 높은 지주 대에 흰 천들이 여러 개가 여러겹 묶여 있는데 이것들이 서로 찢어지고, 펄럭이는데 ...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어수룩한 저녁이 될 무렵, 흰 천이 마치 소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인 양 마구 휘날리고 있으면 ...
그 옛날, 공포 영화의 대명사인 - ‘월하의 공동묘지’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한 맺혀 죽은 여인이 흰 소복을 입고 달빛 아래 공동 묘지에서 나타나 복수를 하는 ... 으흐흑 ...
그래서 전날 – 조신홍 신부님과 함께 그 천을 치웠다. 워낙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 천을 잡아 당겨 찢으면서 치웠다.
성지에는 사다리가 없다 보니, 조신홍 신부님이 내 어깨를 딛고 올라가서 천을 치우곤 했는데 ... 그 모습은 분명,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은 모습일 테다.
아무튼 그것을 다 치우고 나서, 오늘 하루 ... 성지를 구석구석 돌아보는데 ... 깔끔하고 좋았다. 그러면서 주변에는 아직 까지 치워야 할 것들이 많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단 한 번에 다 해야 한다면 힘들 수 있지만, 음 ... 하느님이 허락하신 시간을 잘 배정해서 사용한다면 ... 치울 것 치우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 ... 성지가 산뜻해 질 것이다.
하루하루 ... 어제 보다 나는 오늘 ...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세상 사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 싶다.
“주님, 저 뿐만 아니라 개갑장터 성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 지치지 않게 해 주소서. 주님 ... 지치지 않게 해 주소서, 아멘.”
고목나무와 매미로 흰천을 치우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저희도 서너차례 청소를 하면서 말끔이 정리되가는 성지를 바라보며
주변환경과 저희 내면안에 쌓여있는것들을 하나씩 덜어내어 청소를
하면 되겠구나 하고
ㅋㅋ 고목 나무매미~~~ 서울교구 사제서품식 티비 시청하며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수도자와 사제들에게 힘과 용기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