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기초 형틀 공사'를 다 마친 후
바닥의
콘크리트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열흘 정도 기다리는 이때에
내일, 전주 교구 5지구 지구장 신부님과 사제단을 모시고
코로나 19라는 이유로 조촐한 기공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5월 중에는 전주교구 주교님을 모시고 경당 축성식을 거행할 예정인데
그렇다고 축성식을 성대하게 할 수도 없다.
가난함을 청빈으로 가꾸어가는 외양간 경당이라 ...
아침부터 심원 공소 식구들이 공소에 와서
성지로 이동한 후
현수막 옮기고, 천막 2동을 치고, 책상과 탁자를 나르고
마이크와 엠프를 준비하고
조촐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기공식 준비를 하였다.
특히, 행사장 주변에 흙이 많이 쌓여있는 관계로
한 소장님과 안토니오 형제님, 분도 형제님, 나 이렇게 네 명이서
1시간 넘게 삽질을 하는데 ...
나야 그렇다 치고,
현장 소장님에게 삽질을 시켜서 너무나 죄송했다.
그리고 형제님 두 분 또한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삽질을 해 주셔서 정말 기뻤다.
조신홍 신부님과 구역장님은 행사 준비를 위해 시장에 다녀왔고
그런 다음 성지로 와서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준비 했다.
일을 다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로 식당에 가서
3명, 2명 - 이렇게 따로 앉아서 갈비탕을 먹었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 이럴 땐 우리 공소 식구들이 너무나 빨랐다.
- 먼저 식사 값을 계산을 해 버렸다.
죄송할 따름이다.
공소 식구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게 만들어서
성지에서 오전 내내 일도 했고, 밥도 사게 만들었으니
... 그저 죄송할 뿐이다.
'하느님은 찬미 영광 받으소서. 이들 공소 식구들을 은총과 섭리로 돌보아 주소서.'
그런데 식사하는 내내 옆 테이블에서
동네 사람 3명이 소리, 소리를 지르며 식사를 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나는
갈비탕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 심한 짜증이 났다.
정말이지, 예전 같으면 그 테이블에 가서 조용히 좀 하시라,
그렇게 말하면서 - 큰 싸움이 되곤 했는데
오전 내내 삽질을 해서 그런지, 싸울 힘도 없을 뿐더러
내일, 기공식이라는 하느님 은총 가득한 큰 일을 앞두고 ...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 판이다.
최근 며칠 동안 부정적인 감정의 악마는 나를 유혹했다.
사소한 것들이 짜증이 날 뻔 했고,
작은 일에 분노할 뻔 했고,
별 일 아닌 것에 흥분할 뻔 했고,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따지고 들 뻔 했다.
누구와 사소하게 시비가 붙을 뻔 했고, 큰 싸움이 될 뻔 했다.
이러한 내 모습을 성찰하며, 나를 돌아보니,
기공식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너무나 기쁜데 -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이 함께 밀려왔음을 식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내면을 감추려고 겉으로 과도하게 기쁜 척 웃는 척 하다가
나도 모르게 - 욱 - 하고 감정들이 터지려고 했다.
조심해야 한다.
말 조심, 행동 조심, 감정 조심, 관계 조심 - 그리고 들 뜨려는 마음 조심.
그리고 마음 속으로 명심해야 할 건,
하느님께서 하신 일, 나는 그저 도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라 말하는
성경 속 종의 모습을 간직해야 한다.
"주님이 하시고자 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십니다."
"주님께서 시작하신 일, 주님께서 다 마치실 것입니다."
오로지 ... 주님, 오직 주님만이!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