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새벽,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을 바라보고 일기 예보를 확인했다.
오늘 ... 비가 오느냐, 비가 오지 않느냐 ... 무척 중요한 관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비가 오면 오늘 공소 식구들의 성지 제조 작업을 취소해야 하기에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전례 준비 보다 더 바쁜 일이 생길 뻔 했다.
그런데 ... 우리 공소 식구들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
푸하하하 ... 비가 안 왔다.
심지어 안 온 것 뿐 아니라, 오후에는 햇살까지 성지를 가득 비추어 주었다. 하하하.
하루 종일, 아니 -
금요일 날 하루 종일,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이틀 동안의 일 했던 양을 보니 어머어마했다.
두 번에 걸친 작업은 남성의 몫과 여성의 몫을 나누어서 실시했다.
공소회장님과 나, 그리고 연세 많은 형제님 -
이렇게 세 사람이 농약 통을 메고 잡초 뿌리가 억센 놈을 찾아서
잡초 죽이는 약을 뿌렸고,
계속해서 남자 형제님들을 중심으로
쉬지 않고 성지 주변의 수많은 나무들 - 전정 작업을 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포함해서 여성 공소 식구들은
무척 꼼꼼하게 - 그리고 세세하게 김메는 작업을 했는데,
정말 ... 헌신적으로 작업을 했다.
워낙 성지에 많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어서
이 정도의 나무 전정 작업, 풀 뽑는 작업이라면 과연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 마는
그래도 ...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에
공소 식구들은 열심히, 정말 열심히 제초 작업을 했다.
성지에 있는 농약 통 자체는 예전, 새남터 본당 주임 신부로 있을 때에도
고마운 교우 분들이랑 함께 했던 작업 중의 하나라 전혀 낯설지도 않았고
소중한 추억이 새록새록 펼쳐지기도 했다.
10번 이상의 질통을 지고 다녔는데도 힘들지 않았음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참으로 뿌듯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또 놀랬다.
한 평생, 땅과 함께 사셨던 공소 회장님의 모습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분이 보여주신 삶의 노하우, 와 땅에 대한 사랑과 인생에서 드러나는 연륜은
이루,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 내공이 깊었다.
우리 공소 식구들, 그리고 형제님들,
정말 고맙고 고마운 분들이었다.
또한 아침 9시 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잡초 제거를 하시는
여성 공소 식구들의 인내력과 꾸준함과 책임감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지 ...
엉덩이를 깔고 앉은 의자에 몸을 붙인 후,
천천히 - 그렇게 우직한 걸음으로 천천히 -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의 손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리 넓은 지역을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 ...
그런데 어르신들은 그것을 생각하기 보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잡초를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면서
그렇게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정말 ... 대가들이시다.
오늘 주일, 여기 개갑장터 순교성지 제초 작업이 아니라 할지라도
봄 - 농번기 시즌인데,
그 모든 일들을 잠시 내려 놓고
오로지 성지에 헌신과 최선을 다해 주신 우리 공소 식구들에게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함을 전하며
개갑장터 순교성지는 앞으로
말 그대로 - 교우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하나씩, 하나씩 제 몫을 해 나가는
낮은 자의 성지, 가난한 자의 성지, 겸손한 자의 성지라 될 것이라 확신해 본다.
"주님, 주님의 땅에 헌신을 다하는 우리 공소 식구들에게 은총과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오늘도 하루 신부님들과 공소식구들 수고많으셨어요 감사하게도 햇살까지
내려주시고 기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