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 공소에서 아침 미사를 봉헌한 후,
하루의 준비물을 챙기고 개갑장터 순교성지로 향한다.
성지에 도착한 후,
현장 소장님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날씨가 좋을 때면 야외 의자에 앉아 성지를 둘러보게 된다.
외양간 경당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제한된 경당 건축비 - 귀하고, 또한 아껴 써야 하기에
늘어나는 건축비를 어떻게 감당할까 고민하고 있으면
언제나 그렇듯
바람 속에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요셉아. 네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다 나의 것이니 너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하여라.'
4월 24일 토요일 날, 외양간 경당 천정 작업이 끝났다.
서울에 온 기술자 분들이 최선을 다해 주셨는데,
나 같이 건축에 문외한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 뒷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주시는 모습에서
프로다운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4월 27일, 화요일 - 내일부터 도장 공사, 즉 페이트 공사를 하기에
오늘 우리 공소 식구들이 모여서
외양간 경당 내부를 손수 방 빗자루로 청소해 주었다.
방 빗자루를 가져오지 못한 사람은
공소 회장님과 요한 형제님 두 분이
소나무 전정한 가지를 모아서 빗자루를 만들어 주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청소를 했다.
사실, 어마어마한 먼지가 날리는 공간이었다.
축성식을 앞두고 청소 업체에 맡길 일이지만,
페이트 작업을 잘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
그런데 어느 누구 한 사람,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먼지를 쓸고, 또 쓸고 ...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찌, 사람이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작업 중에 만나는 생명의 신비
하느님 창조물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 마다
하늘과 태양과 바다와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를 바친다.
"주님, 지치지 않게 해 주소서. 주님 ... 지치지 않게 해 주소서. 아멘."
경당이 모양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하느님께서 이루신 천지 창조가 생각나고, 자연마저 경외롭습니다.
신부님을 도구로 써주신 하느님께서 보시고 "참 좋다"고 미소지으실 듯합니다.
신부님을 비롯하여 경당 건축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