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건축비가 생각 이상으로 지출되면서
건축 후원금이 바닥이 나고 있다.
그래서 몇 일 전부터 수심이 ... 수심이 ...
그러자 공소 식구들이 내게 말했다. "강 신부님, 우리 솔잎 차를 만들어서 성지 기금을 마련해 보아요." "솔잎차요?" "예. 해마다 우리 공소 식구들이 개갑장터 순교성지에 있는 소나무의 햇 솔잎을 따서 솔잎 차를 만들었거든요." "그래요? 그럼 1000병을 만들어 볼까요?" "누구 죽이시려구요?"
개갑장터 순교 성지의 소나무에 햇 솔잎 순들이 쭉-쭉 자라나고 있다. 이것을 그냥 놓아두면 가지가 되고 - 영 볼 품이 없어진다.
그래서 솔잎 순을 따 주면 소나무에도 좋다.
그래서 우리 공소 식구들이 나의 수심을 덜어 주려고
몇 일 동안 솔잎 순 따기 작업을 했다.
어떤 형제 자매님들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갯벌에 가서 조개를 잡은 후
이내 곧 성지로 와서 솔잎순 따기 작업에 합류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자매님들은 성지 기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불안함을 극복하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솔잎 순을 땄다.
그저 ... 고마울 뿐이다.
여러 신지들이 몇 일 동안 아침 9시 부터 오후 5시까지 솔잎 순을 땄더니 자루가 몇 개 되었다.
솔잎들아, 햇 솔잎들아, 나 좀 도와 주라.
품고 있는 수분을 많이 많이 내 품어주라.
이렇게 따 온 솔잎은 정성스게 씻은 다음 노란 설탕과 함께 잘 배합하여 섞는다.
우리 공소 식구들이 그저 고맙다.
각자 자기 일들이 많은데 ...
모든 작업이 다 끝난 햇 솔잎 순들은 이제 큰 통에 들어가 숙성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간이 꽤 길다.
아무 많이 길다.
개갑장터 순교성지 외양간 경당 건축 기금 마련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앞으로 성지 운영을 위한 기금 마련에는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주님, 사랑의 주님. 조바심이 납니다. 건축비에 대해 조바심이 납니다. 이 마음을 가라 앉혀 주소서. 아멘."
신부님 건축비 때문에 수심이 깊으신지 몸이 많이 야위셨어요
하느님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