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갑 순교성지 내에 성지를 관리할 수 있는 수도원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서
6월 초에는 '하지 감자'를 팔았고
7월 초까지 블루베리도 팔았으며 (휴 ... 부도가 났음! 아 ... 생물은 정말 어렵다!)
지금은 고창 청보리 미숫가루를 판매하고 있다.
고창 황토 땅에서 황금빛으로 익은 청보리를 수확한 농부에게
아주 좋은 청보리를 사서
우리 동네 방앗간에 가지고 간 다음
잘 빻아서
1킬로씩 각각 포장을 해서
미리 주문을 받은 양 만큼
미리 준비한 각각의 크기에 맞는 박스에 잘 담아
택배로 발송하는 작업!

아마추어 같은 작업 시스템이지만
함께 살고 있는 조 신부님이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으며
구역장님, 반장님이 늘 함께 해 주신다.
오늘은 외부에서 귀한 손님들이 방앗간에 찾아와서
청보리 미숫가루를 포장하는 일을 기쁘게 도와 주셨다.
청보리 미숫가루를 판매한 후의 수입이라 ...
기금 마련 자체가 어렵다, 어렵다 ... 그렇게 그냥 말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뭐라도 하나,
노력할 수 있는 것 하나,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찾아보니
도심지에 살고 있는 교우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거기서 나오는 작은 이익으로
성지 기금 마련에 쬐끔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큰 만족을 하고 산다.

하느님의 집이고
복자 최여겸 마티아의 삶과 영성을 기리는 곳으로 개갑 순교성지!
그러나 내가 성지에서 퇴근한 후,
오후 5시 부터 오전 10시까지
아무도 없는 성지를 생각하면 마냥 불안하고 그렇다.
올해는 꼭 성지를 관리하는 수도원이 지어졌으면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 때 마다 청보리 미숫가루 작업을 하면서
지친 마음을 실제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는데
정말 ... 맛이 고소하고 냄새 또한 고소하다.
뜨거운 무더위 속에 엄청난 소나기와 번개, 그리고 벼락
그러다 다시 눈부신 태양과 뭉게 구름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펼쳐지는 벼 익어가는 녹음들

지금 많이 보아야 ... 올 겨울을 날 것 같다.
고창의 겨울, 눈 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고창의 겨울
지금 녹음을 마음 속에 가득, 가득 담아 놓아야겠다.
"주님, 당신을 찬미하오니, 당신의 자비를 내려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