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일 저녁, 오랜 만에 10시 즈음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 2시 30분에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자장가도 부르고
별 별 짓을 다했는데 지금 시간 새벽 3시 38분.
잠자는 걸 포기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더니
펼쳐진 '김대건 신부님 서한'이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전주교구 김선태 주교님,
우리 수도회 총원장 신부님
그리고 고창 본당 주임 신부님 ...
개갑 순교성지에 수도원 건축이 승인되었고,
예나 지금이나
고창 본당 주임 신부님은 늘 적극적으로
우리를 지지해 주셨다.
사진에서 처럼, 우측에 외양간 경당이 보이고
그 앞에 지금은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 곳에 순례자 쉼터와 수도원이 지어질 것이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신부님의 꿈 처럼,
"원장 신부님,
두 팔 두 다리를 쭈-욱 뻗고 잠을 자고 싶어요.
그리고 잠 자다가 몸을 옆으로 돌렸을 때
땅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그런 침대에서
잠이라도 푹 - 자고 싶어요."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잠'이라고 잘 자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닐 것이다.
수도자가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으로서
자신의 방이 주님 안에서 아늑하고
주님 안에서 하루를 성찰하고
주님 안에서 또 하루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수도자의 방이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달려오고, 달려 왔는데 ...
이제 그 소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다.
블루베리를 팔았고, 청보리 미숫가루를 팔았고,
지금은
굴비를 팔고 있는데
이번 주 가톨릭 신문사 기자 분이
우리 사연이 딱했는지 ... 신문 기사로 실어 주셨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점점 더 많아 질 것이다.
그리고 김대건 신부님 관련, 미리 부탁 받은 원고, 논문, 피정 지도 ... 등
그런 일들도 다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도원이 지어진다는 사실과
잠이라도 편안하게 잘 수 있는 방이 생긴다는 꿈에 ...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아 ... 그래서 지금 자다가 벌떡 일어난 것일까 ...
8월 30일 월요일, 복자 최여겸 마티아 심포지엄이 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리고 고창화첩 여름호가 이제 곧 나올 것이다. 설렌다.
이규열 사진 작가가 이번에도 대박 ...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사진들을 찍었다.
그 밑에 달린 나의 글이 그냥 무안하고 미안할 뿐이다.
오늘은 개갑 순교성지에 은인이 되어 주실 분이 찾아오신단다
아 ... 그래서 설레여서 잠을 못 잔 것일까 ...
좋은 은인들을 만나서 순례자 쉼터와 수도원 건축비가 마련되면
장사하는 일은 그만해야겠다.
좋은 경험은 했지만 ... 장사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은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돈 만원 벌려고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수도원 들어온 이래
종신 서원을 하고 사제 서품을 받은 이래
주일 날 주일 헌금 한 번 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사랑의 주님. 주님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기도 안에서 마음을 건낼 수 있는
그런 겸손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 주소서. 아멘"
지금 시간 3시 58분. 잠 자기는 글렀고, 김대건 신부님 서한이나 읽다가
시간 되면 공소 성당에 아침 기도랑 미사 봉헌하러 가야겠다.
개갑 순교성지 순례자들 미사 참례 인원
8월 2일 월요일 5명, 3일 5명, 4일 2명, 5일 4명, 6일 4명 7일 12명,
8월 8일 주일 8명, 9일 11명, 10일 2명, 11일 3명, 12일 16명, 13일 7명, 14일 16명,
8월 15일 주일(성모승천대축일) 13명, 16일 4명, 17일 2명, 18일 8명, 19일 2명, 20일 5명, 21일 9명,
8월 22일 주일 10명
늪지속에 초록색으로 물든 가운데에 연분홍의 연꽃이 살짝 고개를
내밀며 피어오르는 것이 한 폭의 그림 같네요
수도원 건축 할 날도 하루하루 다가오고 ....
간축비 마련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장사하는 과정도 한푼한푼 모아 들인다는게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그렇게 애써 일하시니 하느님께서
다 마련해 주시리라고 봅니다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