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과 6일에 개갑 순교성지에서는 ‘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순회 기도회’가 있었다.
조신홍 신부님과 교우 3분이 1월 5일 오후 2시에 고창 성당에서 부터 그 복자 분들의 유해를 모시고 왔다.
유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벅찬 마음에 분향을 드렸고
개갑 성지 입구에서 부터 외양간 경당 정문까지 향을 드리면서
세 분의 유해를 천천히 모시고 이동했다.
이어서 1시 부터 외양간 경당에서 조용히 유해를 기다리던 신자들과 함께
유해 기도회를 가졌다.
외양간 경당 수요일 봉사자와 목요일 전례 봉사자 분들이
유해 기도회를 천천히 인도하면서 정말 수고를 많이 하셨다.
사실, 유해 기도회를 하는 세 분의 복자 중에 윤지충과 개갑 순교성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1763년에 태어나 1801에 개갑 장터에서 순교한 복자 최여겸(마티아)
복자 최여겸의 삶과 신앙을 보면
그는 평소 천주교 신앙을 ‘독실하게 믿었고’, ‘널리 남녀를 가르쳤으며’, ‘십계명은 결코 버리지 않았던 분’
1801년, 체포되어 전라 감영에서 문초를 받던 중 감사가 “사학을 따르느냐?”는 질문에 최여겸은 “저는 유일한 참 종교를 따릅니다.”라고 말했던 사실.
감사가 “너는 왜 천주교를 따르느냐?”고 묻자, 최여겸은 “선한 이들에게는 상이 약속되어 있고 악한 이들은 벌을 받기로 되어 있기에 그 교리를 따른다”고 말했던 사실.
이에 당황한 감사가 “악한 이들이란 어떤 자들이냐?”라고 묻자, 최여겸은 “남의 재물을 빼앗고 음행 등을 일삼는 자”들이라고 당당하게 고백한 분이다.
이처럼 훌륭하게 신앙 고백를 했던 최여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문득, 최여겸은 과연 누구에게 신앙을 전수 받았기에 그토록 철저하게 신앙 생활을 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우리는 무척 중요한 단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최여겸의 사형선고문!
사학징의라는 당시 기록에서 최여겸의 사형선고문을 살펴보면,
거기에 “최여겸은 처음에 윤지충을 따라서 사학에 홀렸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통해 최여겸은 윤지충 바오로에게 교리를 배웠고, 최여겸의 신앙 스승은 바로 윤지충이었으며,
최여겸은 윤지충에게 천주교 신앙을 전수 받은 후 이를 실천하며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 그렇다면 윤지충 바오로는 누구였나?
지난, 2021년 3월 11일, ‘초남이 성지’ 내 ‘바우배기’ 지역의 성역화 과정 중에
'무연고 분묘'를 개장하던 중 순교자의 이름이 담긴 ‘誌石’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1791년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바오로), 복자 권상연(야고보), 1801년 순교자 복자 윤지헌(프란치스코)의 ‘묘’였던 것이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 역사에서 대사건이며,
순교자들의 고향인 전주 교구에 내려주신 하느님의 선물이었다.
1791년에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은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기꺼이 죽음을 받아 들였던 분이다.
그들이 순교하게 된 외적인 이유는 당시 교황청에서 조상제사에 대한 금령을 선포했을 때
양반이자 천주교 신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웠고’,
이 사실이 드러나자 사형을 선고받고,
전주 감영 앞 풍남문에서 부대시참을 당한 후 잘려진 목은 효시되었다.
이 사건의 여파는 조선 정부와 양반 계층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고,
그 후 100여 년 동안 자연히 조선 정부는 천주교는
이단사설이며, 무군무부의 금수지도로 낙인을 찍은 후 천주교를 박해하는 중요한 빌미가 되었다.
이때에 많은 양반 신자들은 배교했고,
반대로 열심한 천주교 신자들은 천주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산 속으로 들어가 살면서, 교우촌 형성의 계기가 되었다.
▣ 한국 천주교회의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에 대해 주목할 것은
그들이 순교한 후, 9일 만에 시신을 찾으러 온 동료들의 기적 목격담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9일 만에 왕에게서 장사 지낼 허락을 받은 친척들과 친구들은 두 시체가 조금도 썩은 흔적이 없고, 그날 참수 당하기나 한 것처럼 붉고 녹신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들의 머리를 놓고 자른 나무토막과 결안이 쓰였던 명패가 마치 바로 전에 흘린 것과 같은 묽고 신선한 피에 젖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들의 놀람은 더 커졌다. 또한 12월에는 추위가 너무 심하여 그릇에 담은 모든 액체가 얼던 때인 만큼 이러한 사실은 놀라워 보였다.
신입 교우들의 증언에 의하면 의사들이 손을 놓고 거의 죽게 되어 가던 한 사람이 피에 젖은 명패를 담갔던 물을 마시고 난 뒤에 눈 깜짝할 사이에 나았다. 또 죽어 가는 사람 여럿에게 그 피가 묻은 손수건을 만지게 하였더니 당장 나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북경 주교에게 보냈다."
이처럼 순교 뿐 아니라, 치유의 기적까지 일어났던 윤지충과 권상연의 삶.
도대체 그들은 천주교 신앙을 어떻게 믿었기에 그러한 기적까지 일어났을까요?
그래서 복자 윤지충과 권상연에 관한 기록을 살펴본 결과, 놀라운 신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맨 먼저, 그들은 평소 ‘하느님, 살아 계신 아버지’을 고백하였다.
윤지충은 입버릇처럼,
“천주는 가장 높으신 아버지시요, 하늘과 땅과 天神과 사람과 만물의 創造主이신데, 그분을 섬기는 것을 미신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라고 고백한 분이다.
그리고 윤지충이 '하느님은 살아 계시며', '인격적인 분'으로 '대군대부였다'는 신앙 고백이 가능했던 것은
천주교 교리 공부를 머리가 아니라 삶으로 익히는 수양 공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문초 기록에 나와 있다.
전라 감사는 윤지충과 권상연에게
“너희들 늘 하는 일이 무엇이냐.”
묻자,
“공부를 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에 “무슨 공부냐.”
고 되묻자, 그들은
“천주교를 공부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윤지충과 권상연은 천주교 교리를
마음을 닦듯이 공부했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았기에 천주교 교리를 통해 참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천주교 신앙을 삶으로 올곧게 받아들이면서,
조선 사회의 윤리 규범인 ‘효’와 ‘충’의 삶 또한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특히,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 제사만이 조상에 대한 보은 행위가 아니라,
남아 있는 후손들이 평소 꾸준히 덕행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 조상에 대한 보은 행위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봉건적 신분제가 중심축을 이루었던 조선왕조하에서
윤지충과 권상연은
'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인간은 한 형제요 자매'라는 평등을 신앙으로 고백했다.
이러한 평등은 제자 최여겸도 그대로 배우게 익혔던 것이다.
그리고 윤지충과 권상연은
창조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만큼 이웃을 사랑하고, 덕행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윤지충과 권상연은 천주교 신앙을 이웃에게 복음으로 전했고,
이 모습을 배운 최여겸 또한 영광, 함평, 흥덕 등을 다니며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윤지충과 권상연은
자신이 믿는 천주교 신앙이 참된 진리라는 사실을 증거하고자
기꺼이 순교의 길로 나아갔고, 그 제자 최여겸도 순교의 길을 걸어갔다.
그러한 삶을 살았던 윤지충과 권상연, 그리고 윤지헌의 유해가 개갑 성지에 왔던 것이다.
특히 스승 윤지충이 제자 최여겸이 순교했던 개갑 순교성지에 오셨던 것이다.
좋은 신앙의 스승이 주는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면, 묵상해 본다.
우리를 천주교 신앙으로 이끌어주고,
교리를 가르쳐 준 신앙의 스승이 누구인지?
또한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좋은 신앙의 스승이 되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윤지충의 유해’ 앞에서
스승 윤지충과 제자 최여겸의 모습을 묵상하면,
좋은 신앙인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보았다.
또한 유해 기도를 하면서
2022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천주교 신앙을 충실하게 믿고 실천하고자 결심을 했다.
"참으로 좋으신 주님, 개갑 순교성지 후원자 분들의 가정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성화되고,
‘하느님은 구세주이시며,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이렇게 인간으로 몸으로 오셨고
십자가 수난으로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한 그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신부님께서 알려주신 웹싸이트주소를 검색해서 드디어 개갑성지홈페이지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기쁨니다.
자주 방문하여 저의 부족한 영성을 키워나가는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래서 한국성인들께서 보여주신 신앙을 저의 삶에서 어떻게 하면 구현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신부님의 정성된 기도로 저희 가정이 하느님의뜻안에서 복된 성가정을 이루어 온가족이 거룩한 자녀로 살수 있는 은총을 풍성히 받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찬미예수님!
개갑성지에서 신부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주님께서 모든것을 이루고 계심을 깨닫게 되지요
온전히 봉헌된 산제물의 사제직을 수행하시는 강석진신부님을 통해서 아버지께서 나날이 영광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