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대축일이면서 사제 성화의 날이다.
형제들과 함께 외양간 경당에서
대축일 맞이 수도원 공동 전례를 마치고
함께 살고 있는 신부님들과 서둘러 아침을 먹은 후
고창 성당으로 가서
본당 주임 신부님을 모신 다음
전주에 있는 치명자산 성지 옆 '평화의 전당'에서
전주 교구 신부님들과 '사제 성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평화의 전당 출입문 앞에 서서
모든 사제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맞이해 주시는
전주 교구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님의 따스한 환대를 받았고
예정된 시간에 성시간을 한 후
주교님 주례의 대축일 미사를 함께 한 다음
올 해로 사제 서품 25주년을 맞은 신부님들의 은경축 행사도 감동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평화의 전당에 마련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본당 주임 신부님과 은경축을 맞이한 송호석 신부님,
그리고 우리 형제들과 함께 차를 나누면서 모처럼 행복한 수다를 떨었다.
그런 다음 전주에서 고창으로 와서
우리 신부님을 본당에 모셔다 드린 후
우리는 성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맞닥뜨린 순례자 두 부부를 환대한 다음
나무와 꽃 사이에 쑥쑥 자란 잡초들을 보면서,
한 놈, 한 놈 뽑기 시작했는데
30분, 1시간 ... 그러다 2시간 정도 작업을 한 것 같은데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하루 종일 전주를 갔다와서 잡초를 뽑아서일까 ...
아니면 날씨가 더워서일까
평소 잡초가 보여준 생태적 잔인함 때문일까 ...
땀을 너무 너무 흘렸다.
내가 잡초를 뽑을 때 마다 잡초 옹호주의자들이 말했다. "신부님, 잡초도 생명있는 것인데 그냥 두면 안될까요?"
그럴 때 마다 마음이 쬐끔은 무겁지만
매일 매일 잡초를 뽑는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이렇다.
잡초를 뽑을 때 마다 잡초가 너무나도 잔인한 놈이라는 것!
꽃들 사이에 꽃들 속에 심지어 꽃의 뿌리에 함께 뿌리를 내려 꽃들을 시들게 한다, 아주 잔인하게.
그리고 잡초는 생명력이 무서워 엄청난 씨앗을 주변에 퍼뜨리고
뿌리 길이는 보통 10cm를 넘는다.
얼마나 길고 굵은지 ...
뿌리 채 뽑으면 무슨 인삼, 산삼 같다.
그런 잡초가 뿌리를 내릴 때 순박한 꽃들은 그저 말없이 ... 그렇게 말라간다.
그러면서 나의 모습을 본다.
나의 삶 속에는 잡초스러움은 없는지.
나의 삶 속에는 잡초스러움은 정말 없는지.
그러면서
나를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는다.
그리고 내 안에 잡초스러움도 뽑는다. "주님, 저에게 숨겨져있는 잡초스러움을 뽑아주소서. 도저히 저는 저의 잡초스러움을 잘 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