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아침 미사를 봉헌한 후
소장님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소장님!
추가 마무리 공사 때문에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오셔서 공사 진행을 주도하고 계신다.
그런 소장님을 보면서 죄송하고 ... 미안하고 ...
그런 마음을 담아 성 가정상을 모셔 놓은 곳에 가서
초 봉헌을 정리했다.
늘 아침이면 하는 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특별했다.
왜냐하면 어제 너무 많은 비와 심한 바람이 불어
초를 봉헌하신 분들의 초가 다 꺼졌기에.
한 분, 한 분 - 초를 봉헌하시는 분들의 마음
그 마음의 간절함을 알기에
나는 꺼진 초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켜 드리며
그 분들의 간절한 기도에 나의 마음을 보탰다.
수도원 추가 공사를 위해
서울에 기꺼이 와 주신 소장님의 마음
이 곳 개갑 순교성지 순례를 와서
기도하고 초를 봉헌하는 그 분들의 마음
종류는 다르나 간절함과 진지함은 같으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장님 불편하게 해 드리지 않는 것과
순례자들이 켜 놓은 촛불이 바람에 꺼지면
다시 가서 초를 켜 드리는 일.
그래도 그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
내가 지금, 이 곳 성지에 있어야 이유가 아닐까 한다.
내가 성지에 있어야 할 이유,
거대하거나 위대하지 않다.
그냥 오늘을 충실히 살면서 하루를 주님께 봉헌하려는 마음
그 마음으로 순례자를 맞이하면 될 터인데 ...
"주님, 오늘도 개갑 순교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에게 축복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