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월 - 너무나도 심한 가뭄이 와서
조경 공사를 한 후 나와 꽃들이 잘 자라도록 물을 듬뿍 주었더니
상수도 요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서 ...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 후임으로 오는 형제들이
상수도 요금을 걱정하지 않고 정원을 잘 가꾸는 방법으로
지하수를 뚫기로 했다.
지하수 개발 업체가 개갑 순교성지에 와서
처음 지하수를 찾아 그 위치를 잡은 곳은 아래 사진 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잔듸가 안착되었고, 계수나무와 산수국이 자리를 잡은
바로 그 곳 아래에 지하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군청에 여러가지 허가 받아야 할 사항을 다 취득한 후
드디어 지하수 뚧는 공사를 했다.

아침에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나오니
멀리서, 수도원 정원 후문 쪽에 여러 장비들이 보였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더니 ...
아 ...
어마어마한 장비들이 잔듸와 수국을 헤쳐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 너무나도 힘들게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무어라 말을 하지 못했다.
아 ...
얼마나 애지중지 가꾼 정원인데 ...

오전 내내
지하수 뚫은 작업을 했다.
지하수만 잘 나온다면 잔듸와 수국은 다시 심으면 되지 ... 싶었다.
그런데 ... 세상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정말 아무리 해도 원래 뚫기로 했던 자리에 지하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른 곳을 찾는다며 장비를 철수하는데 ...
아 ... 너무나도 잔인하게 정원과 꽃들이 뒤집혀있었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작업을 원점에서 시작하더니 ...
아주 늦은 시간에 지하수를 찾았다.
속으로 ... 처음 부터 저 자리를 찾지 ... 처음부터 저 자리를 ...
하지만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열심히 지하수를 찾고 있었기에
엄청나게 무거운 장비들과 씨름을 하고 있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니
...
심지어 땀이 비오 듯 하는 모습에 ...
아마도 저들의 땀이 흙으로 흙으로 내려가 지하수가 되었나 싶었다.

그래도 물 수량이 어느 정도 풍부한 지하수를 찾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원을 잘 꾸며야겠다.
인간은 그저 성실하게 노력을 하면 되고
그 마무리는 결국 우리 주님의 몫이리라 ...
"주님, 당신께 찬미 영광 드리나이다. 물들아 ... 땀들아 주님을 찬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