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주님 수난 성지 가지 주일을 앞두고,
서울의 어느 본당에주임으로 있는 동창 신부님으로 부터
자기네 본당에서 이번에 성지 가지가 필요하니,
1200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이 왔던 적이 있었데
그 동창 신부님이 후배 신부님 2분이랑 개갑 순교성지로 부활 엠마오를 왔다.
동창 신부님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러면서 순간 ...
지난 번 성지 봉사자분들과 성지가지 작업을 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성지 가지 작업을 하던 날,
고창 본당 마티아회 형제님들이 성지에 오셔서
부활 맞이 성지 성지 주변 정리를 깨끗히 해 주시면서
더불어 서양 측백에서 600개 정도 가지를 잘라 주셨고,
나와 베트남 신부님이 600개 정도 가지를 잘라
넉넉하게 1400개 정도의 성지 가지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내 곧 택배 포장을 하려는데,
전례 봉사자 자매님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서양 측백이 온통 먼지에 노출되어 있었으니
깨끗이 씻어서 ... 말려서 ... 그런 다음 발송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여기저기서 대형 대야를 빌려 오신 후
잘 자른 서양 측백 1400개를 한 번, 두 번, 세 번 정도의 행굼 과정을 거진 추
1차적으로 물기를 뺀 후,
다시 순례자 쉼터에 신문지를 깔아서 전체를 잘 말렸다.
그런데 그 날이 얼마나 추었는지 ...
꽃샘 추위보다 더 추운 날씨와 바람은 얼마나 심하게 불던지 ...
하지만
성지 가지 작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봉사자 자매님들 우리 베트남 신부님은
너무나도 기쁘게 기쁘게 서양 측백을 성지 가지가 될 수 있도록
손질하고 다듬고 ... 그랬다.
비록 동창 신부님네 본당에서
우리가 너무나 정성스럽게 성지 가지를 준비해 주었다며
고마운 마음에 성지 기금을 함께 보내 주셨는데
사실 그 비용 이상으로
봉사자 자매님과 우리 신부님이 고생에 ... 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리고 더 고마운 것은
그 분들 모두는
자신들이 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 오히려 더 겸손하게
왼 손이 한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그 모습인었는데,
신자들의 선하고 착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다.
성지 가지 발송 작업을 했던 봉사자 분들은
자신들이 단지 바라는 것은
힘들게 ... 고생해서 준비한 서양 측백이
서울의 동창 신부님네 본당에서
성지 가지 주일 날 잘 축성되어 각 가정의 십자가 곁에 잘 걸리기는 것 뿐이었.
그 날, 그 고생했던 우리 교우분들 ... 성지 봉사자 분의 마음이
참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주님, 좋은 봉사자를 보내 주셨으니, 그 봉사 만큼이나 저 또한 좋은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소서."